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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 개편, 앞으로의 과제

  • · 작성자|충청남도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
  • · 등록일|2020-12-11
  • · 조회수|1023
  • · 기간|2030-12-31

 

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 개편, 앞으로의 과제

 

정지혜/충청남도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팀장

 

 

 

1998년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여자 아이가 사망한 후 집 앞마당에 매장되고 남자 아이는 아사 직전에 발견된 사건, 1999년 잘못된 신앙을 가진 부모의 의료적 방임으로 인해 여자 아이가 사망한 사건, 두 가지 사건으로 아동복지법에 최초로 아동학대 개념이 정립하게 되었다. 또한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2013년 두 건의 계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제정됐다. 대한민국의 아동보호 정책은 학대로부터 지키지 못한 아동의 희생으로 마련됐다.

올해 정부의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에 따라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전면 개편 되었고, 10월부터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가 추진되었다. 하지만 해당 정책에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개편에 따른 업무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 및 예산, 종사자 처우개선 등의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는 아동학대 피해를 경험한 대상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대리외상을 겪고, 비자발적·비협조적 대상자로 인한 개입의 어려움 등 아동학대 현장의 업무 특성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사례는 2017년 22,367건, 2018년 24,604건, 2019년 30,045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전국 229개 시군구를 관할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20년 현재 68개소이다. 또한 종사자의 1인 1년간 평균 사례관리 수는 64건으로 보건복지부가 제시하는 기준의 2배에 이르고, 이들의 평균 재직 기간은 2.6년 이다.

정책 발표에 따라 차질 없이 아동보호체계가 진행되기 위해 공공에서는 아동학대 조사 역할을 위한 수행 준비가 필요하고, 민간은 심층사례관리 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간 20여 년 동안 아동학대 조사와 사례관리업무는 민간에서 진행되어왔으나 정부의 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 개편을 통해 조사 전담 인력 배치로 민간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보다 심층적으로 사례관리를 전담하여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아동학대 사례관리를 위한 모형과 지침이 전무하였으나 민간단체인 굿네이버스가 전문적인 사례관리를 위해 개발한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통해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사례관리가 가능해졌다.

재학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연구를 살펴보면 아동보호서비스 개입이 재학대 발생률을 낮춘다는 결과가 있고 반면에 재학대 발생 위험이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있다. 또한 아동보호서비스가 재학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필자는 본질적으로 위험 수준이 높은 가정은 아동보호서비스 제공에도 위험 수준이 낮은 가정보다 재학대 발생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행위자가 아닌 부모나 가족 대상 서비스는 재학대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확인되었고, 이는 재학대 예방을 위해 가족 단위 개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아동학대로 인해 직접적인 어려움을 경험한 피해아동에게 집중 개입을 하는 것보다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와 가족 단위의 개입을 통한 변화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굿네이버스는 3년간의 효과성 검증을 위한 연구를 통해 해당 서비스를 제공받은 가정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재학대 발생률이 절반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하였다.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는 아동의 학대 후유증 회복, 아동학대 재발 예방, 가족기능 회복의 3가지를 목표로 프로그램 내용은 심리상담 및 트라우마 치료, 원가정보호서비스, 가족재결합서비스로 구성되어 있어 가정 전체 구성원 대상 맞춤형 통합사례관리가 가능하다.

필자는 지난 해 한 가정을 대상으로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원가정보호서비스의 ‘가족관계개선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아동은 “우리 가족이 행복해진 건 전부 아동보호전문기관 선생님 덕분이다. 앞으로도 이 행복과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023년까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업무를 지원할 것이며 과도기로 인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공공과 민간이 분담과 협력을 통해 아동보호시스템이 보다 아이들이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는 매일 새롭고 수만 가지의 변수와 관련된 선택과 결정 앞에 서있다. 우리는 아이를 가정으로부터 분리 보호할 때 책임감을 느끼고, 재학대와 사망사건을 접할 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분노를 느끼지만 동시에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로서 공포감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들이 웃음을 되찾을 때, 행위자가 참회의 말을 할 때, 가족구성원이 마실 물을 건네며 수고를 표현할 때 어느새 우리는 그동안의 상처는 잊고 감사함이 충만해진 채 또 다른 아이를 위해 달려간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가 앞으로도 많은 아이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도록, 아이들이 가족 품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의 협력 그리고 국민의 지지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본다.